슬래셔 영화의 잔혹성에서 오는 재미만을 평한다면 나쁘지 않은 편. 하지만 거기에 자꾸 이런 저런 이유를 붙이려 하니, 이도저도 아니었다. 영 내 취향에 맞지 않았던 영화.

한 회사에서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쇼핑몰을 만들겠다는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첫 삽을 뜨는 것을 앞두고 단합회를 위해 다같이 숙소에 모였다. 그들은 거기서 회의를 하기도, 술을 마시고, 웃고 떠들며 레크레이션을 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한다. 그 중 리나는 스트레스로 인해 병가를 냈다가 최근에 복직한 인물이다. 이 프로젝트의 자세한 상황을 모르던 그녀는 한 계약서를 발견했고, 자신이 서명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 그 계약서에는 자신의 서명과,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한 농부를 거의 약탈한 계약조항이 써있었다. 그런 리나를 최근 병가를 냈다는 이유로 이 모든 것을 주도한 요나스는 그를 정신병자로 몰고, 이 쇼핑몰을 위해 벌인 온갖 악행들을 라나가 파악해가는 것과 동시에 이 숙소에 연쇄살인마가 나타나 사람들을 하나씩 죽여나가기 시작한다.
영화에서는 연쇄살인마의 출현 이유를 붙이기 위해서 쇼핑몰 건설과, 그 건설로 인해 다양한 피해를 받게 된 사람들에 대해서 설명하기는 하지만, 이 영화의 전반의 내용이랑은 거의 - 내가 생각하기에 전혀 - 무관해서 김만 샜다. 괜히 의미부여하려고 하니 재미는 없어지고, 계속 의문만 생겨났다. - 예를 들자면, 복수를 하고 싶었다면 왜 대체 직원들부터 그렇게 잔인하게 죽인건데? 하는. 직원들도 쇼핑몰을 옹호하는 쪽이었으니 복수하고 싶었다고 해도, 여튼 쓸데없이 이유를 생각하게 하니, 슬레셔 영화가 주는 재미가 반감되었다. 개성있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놓고, 결국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마지막까지 결론이 없어 허무했다.

장점도 분명 있었다. 영화의 살해 장면이나 연출 기법은 꽤 기발했다. 물론 엄청 잔인하긴 하지만 노골적인 장면들을 많이 줄인 것도 약간 허들을 낮춰주어 슬레셔 영화라는 장르임에도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느껴지진 않았고, 장면의 완성도만 보자면 꽤 괜찮은 편이었다. 또 이 영화의 가장 개성적인 부분이었던 가면도 적당히 기괴하면서도 캐릭터성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. 특히 마지막에 삽을 이용해서 연쇄살인마의 머리를 동강내는 장면은 연쇄살인마의 정체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, 찝찝하면서도 이 영화의 아이덴티티를 부각하는 좋은 장면이었다. - 하지만 이 또한 아쉬웠는데… 쇼핑몰 건설이라는 이 영화에서는 가장 큰 계기를 만들어놓고, 범인이 누구일 것이다 조연들의 입으로 듣게해놓고 결국 누구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은 어쩌면 제 3의 인물에 대한 암시였는지, 그냥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쓸데없는 장면을 줄이려고 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게 했다.
아무튼, 괜한 사회풍자, 비판 같은 장르를 얽혀놓아서 제대로 스토리를 풀어내지 않은 것은 이 영화의 확실한 패착이었다. 영화의 몇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, 일단은 가장 중요한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. (취향이 안맞아서라고 해두자.)
내가 내린 이 영화의 평점은 1/6. (왓챠피디아 2.3/5)
영 내 취향에 맞지는 않아서 추천하기는 조금 애매했다. 잔인하고 웃긴 스웨덴 영화를 보고싶다면... 볼만할지도 모르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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